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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인터뷰]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찾아가다①
2016.08.17 | 게시자 금천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572

서울시에는 직장맘지원센터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우리 금천직장맘지원센터겠지요.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바로 금천직장맘지원센터보다 4년이나 먼저 개소하여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입니다. 사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이룬 성과가 있었기에 금천직장맘지원센터도 태어날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여성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 문제를 고민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곳! 직장맘지원센터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고, 또 배우고 싶어서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황현숙 센터장님김명희 경력유지지원팀장님을 만났습니다.


황현숙 센터장님(오른쪽)과 김명희 팀장님(왼쪽)의 모습


직장맘지원센터, 그 시작


금천직장맘지원센터(이하 ‘금천직장맘’))  2012년 4월에 개소하셨으니 이제 4년을 넘어섰네요. 황현숙 센터장님은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직장맘지원센터를 추진할 때부터 함께하셨다고 들었는데, 당시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황현숙(센터장)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여성노동자회가 87년도에 문을 열었어요. 그동안 일하는 여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법제도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정책도 발굴해서 제안하는, 그런 활동들에서 성과를 냈고 실제로 많이 바뀌기도 했죠.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난 것이라든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회분담화하는 것이라든가.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니, 제도가 바뀐 데 비해 ‘실제로 여성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가?’ 하는 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실 더 중요한 목적은 여성들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인데, 법제도만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갖추었다고 다 끝난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사실 고용노동부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도 여러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잘 안 준다고 했을 때,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해고되고 나면 부당해고구제 신청하러 오세요.’ 하는 정도라는 거죠. 그리고 몇몇 단체에서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도 지원해 주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내용에 있어서도 고용평등에 한정되어 있어요.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노동시장에 나와 취업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경력을 이어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잖아요? 결혼 후 임신·출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되죠. 경력 단절 후에 재취업을 하려면 원하는 방식과 조건으로 하기가 어렵고요.
그간 우리나라의 여성 일자리 관련 정책은 경력단절 후의 재취업에 거의 몰두해 왔어요. 2000년도 전후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이 생기고 나름대로 정책들도 만들어졌지만,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경력단절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없었죠. 법적으로 출산휴가 같은 게 있어도 현실을 바꾸어 내지 못했고. 그런 고민 속에서 ‘그런 걸 꼭 중앙정부에서만 하나? 우리 여성들도 시민으로서 권리가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마침 2011년 10월 서울시에서 보궐선거가 있었고, 여성노동자회와 여성단체연합, 여성의전화 등 몇 군데 여성 단체들이 함께 정책 제안을 하여 센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김명희(경력유지지원팀장)  노무사로서 처음 센터 준비에 합류하면서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고용평등상담실과의 차이점’, 그리고 ‘생활밀착형 지원’이었어요. 사실 고용평등상담실의 1년 예산이 2천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쪽은 성희롱 상담 비중이 가장 크거든요. 경력단절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임신·출산·육아기의 여성들을 집중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한데,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생활밀착형 지원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한 사람이 앉아서 상담만 해주는 게 아니라,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서 중간 조정을 한다거나 하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역할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인 거죠. 사실 센터 사업 시작하고도 일 년 정도는 고용평등상담실과 차이가 뭐냐는 말을 계속 들었어요. 그 차이점을 우리가 끊임없이 부각시켜야 했죠.


황현숙  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된 다음,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직장맘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세 가지 고충 영역, 직장·가족·개인 영역으로 정리되었어요. 지자체를 통한 밀착지원, 즉 사전에 경력단절을 예방하도록 지원하는 실질적인 서비스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봤던 것이죠.


상담을 통해 만난 직장맘들의 고충


금천직장맘  실제로 직장맘들을 만나시면서 ‘아, 이런 부분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구나’ 하고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명희  직장맘들은 일단 취업을 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어야 ‘직장맘’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경력단절녀’가 되어 버리니까요. 상담을 하다보면 직장 내 고충, 가족관계에서의 고충, 개인적 고충 중 직장 내 고충 상담 비율이 보통 80% 이상이고, 많을 땐 84%까지 올라가요. 보육 문제나 다른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게 우선순위가 되어 버린 거예요.
보육 문제의 상담 비율은 13~15% 정도였는데, 지금은 직장맘 전용콜(다산콜 120 내선번호 5번)을 운영하면서 20%까지 올라갔어요. 근래에 좀 늘어난 거죠.
그리고 심리·정서적인 고충은, 내담자들이 그걸 가장 시급한 문제로 물어보진 않아요. 심리적인 문제가 가중될 대로 가중되어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 해도, 심리상담부터 받기보다는 직장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나 심리상담을 받겠다고들 하죠. 저희가 “동시에 해야 더 좋으니까 심리상담 받으시면서 직장 문제를 해결하시는 게 어떠세요?” 하고 안내하지만, 그것도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거잖아요? 직장 다니면서 직장 문제로 힘든데다 애 맡기는 문제도 어려운데, 심리상담까지 받으라 하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하는 분들이 많죠.


금천직장맘  상담하실 때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드신가요? 상담하시는 과정에서 감정을 공유하면서 힘든 면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명희  우리는 지속적으로 밀착상담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정 이입을 많이 하게 되죠. 직장맘들도 우리한테 의지하고 바라는 게 많아지고. 관련 정보만 알려 드리면 되는 보육 상담이라 하더라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감정 이입이 되거든요.
그리고 비슷한 내용의 상담이라 해도 사람마다 겪는 게 조금씩 다 달라요. 각 사람의 성격, 심리상태, 이런 부분들도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순간의 이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코칭을 해야 돼요. 문제는, 어떨 땐 포인트가 안 맞아요. 비슷한 상담을 많이 했으니까 이 사람도 이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은 그 정도 단계에 와 있지 않았다거나. 상황이나 말을 전달할 때도 사람마다 다르게 전달하다 보니,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오해가 생기기도 하죠. 전체적인 상황, 꼭 해야 할 일, 주의해야 할 점, 이런 걸 다 알려 줘도 그 사람이 아직 감당할 만한 단계에 와 있지 않으면 부담스러워 하고 못 따라오는 경우도 있어요. 직장맘이 원하는 대로 다 맞춰준다고 해서 좋은 상담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수위를 맞춰주는 노하우가 정말 필요한데, 4년간 해 왔는데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속상담의 경우, 한 상담자가 시작했으면 끝까지 같은 상담자가 상담을 해주는 것이 좋아요. 금천직장맘지원센터도 여러 명의 노무사들이 계신데, 한 사람이 한 케이스를 맡아서 지속적으로 가는 게 좋아요. 급할 때 간단한 걸 확인해주는 정도는 다른 노무사가 할 순 있지만, 웬만하면 초기 상담을 진행하던 노무사가 지속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직장맘지원센터 밀착상담의 힘


금천직장맘  다른 노동상담기관에 계신 노무사님을 만나서 말씀을 나눠 본 일이 있는데, 그쪽에는 연령이 좀 더 높은 남성 내담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밀착상담을 원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심리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많이 힘드시면 심리상담 연결해 드릴까요?’ 하고 물어도 ‘아,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하면서 강한 모습들 보이려 하신다고 합니다.


김명희  우리는 임신·출산·육아기 직장맘이 많아서 아무래도 다르겠죠. 이분들은 대부분 길고 자세히 해주는 걸 좋아하세요. 우리도 육아휴직 관련해서 문의하시는 남성 내담자들이 있거든요. 이분들한테 직장맘 상담하듯이 조언을 해주려고 하면 ‘노무사님, 잠시만요. 저한테는 그렇게 길게 얘기 안 해주셔도 돼요. 전체적인 틀을 딱 얘기해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우리도 ‘아, 알겠습니다.’ 하고서 ‘다시 정리해 드릴게요. 1번, 2번, 3번...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이렇게 끝나요. 네다섯 번 상담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여성들처럼 오래 대화하기 보다는 핵심적으로 말해주길 바라죠. 그런 차이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지하철역에서 현장 상담을 진행하는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노무사님들


금천직장맘  밀착상담을 제일 길게 하신 건 몇 차까지?


김명희  한 분이 9개월 동안 67회까지 상담을 받은 경우가 있어요. 30~40회는 꽤 되고요. 2년에 걸쳐서 상담을 받은 경우도 많고요.


황현숙  임신했을 때 상담 받고, 출산휴가 낼 때 상담 받고, 나중에 육아휴직 쓸 때 또 상담 받는 분들이죠. 그러다 복귀할 때 또 받고. ‘다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있더라’ 하시면서... (웃음)


김명희  결국 퇴사하기로 정리된 다음에 다른 직장 가셔서 다른 문제로 또 전화하시기도 하고요.


금천직장맘  그런 분들이 다시 전화하시면 어떠신가요? 반가운 느낌이 먼저인가요, ‘또 어려운 일을 당하셨구나’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인가요?


김명희  두 가지 마음 다 듭니다. 사실 우리한테 상담 받았던 분들은 그 효과를 경험하셨으니까 추가 상담을 계속 받으려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에고, 이번엔 또 무슨 문제로 연락하셨을까?’하는 마음도 들긴 하죠.


황현숙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보니 상담자들한테 많이 의존하는 분들도 계세요. ‘차라리 저한테 이렇게 하라고 얘기해 주세요.’ 이러는 경우도 많죠?


김명희  네. 모든 걸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되면 책임도 센터에 물으려고 하기 때문에 곤란하죠. 또 책임 문제를 떠나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결정하는 건 맞지 않고요. 이분이 결정을 할 수 있게 종합적으로 훑어준 다음, 최종 결정을 할 때 당신이 고려해야 할 지점은 뭐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본인의 이런 선택은 어떤 의미라는 것까지. 지금 전화로 이런 말씀을 드렸다고 지금 당장 결정하실 필요는 없으니,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얘기하시라고 조언해요.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예상 범위 안에서 벌어지게 해야 되죠. 충분히 들었고 잘 알겠다는 느낌이 오면 서로 만족하는 거예요. 상담해주는 입장에서는 감정노동이 심한 일이지만, 그런 명확성이 중요해요.


인터뷰는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