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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서평]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
2016.09.04 | 게시자 금천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520

얼마 전 상사의 괴롭힘과 실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한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쾌활했던 한 30대 직장인의 죽음은 ‘일터 괴롭힘’의 잔혹성을 다시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류은숙·서선영·이종희, 2016, 코난북스)은 일을 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일과 관련해 사람답게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 ‘일터 괴롭힘’의 문제를 정의부터 해결책까지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책의 출발점은 존엄성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엄하기에 우리는 자기를 존중해야하고 다른 사람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직급과 실적에 의한 위계가 지배하는 직장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은 상대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 지위이기 때문이다. 일터 괴롭힘은 “누군가를 장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괴롭히거나 위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누군가의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합리적 사람이라면 원치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위해적 행위”이자 “상대방이 사람임을 지우고 망각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로 정의될 수 있다. 


‘일터 괴롭힘’이라는 명명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간 ‘직장 내 괴롭힘’, ‘감정노동’, ‘갑질’ 등의 말들이 있었지만 ‘직장’(사무실, 공장, 매장)이라는 고정된 장소로만 해석되다보니 직장의 경계 혹은 밖에 있는 취업준비생, 인턴, 소비자 등을 포괄하지 못했다. 일터 괴롭힘의 명명은 부당해고, 임금 체불, 노조 탄압, 산업재해 같은 기존 노동의 문법과 언어가 담아내지 못한 일터에서의 고통들을 문제 삼도록 언어화하는 것이자 노동의 문제를 인권의 시각에서 읽어내리는 시도이다.


“다른 직원들은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것밖에 안 되냐?”는 일상적 비난부터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처벌조끼’를 입어야 하는 것까지, 일터 괴롭힘은 다양한 형태를 띤다. 하찮은 일을 시키거나 반대로 역량을 벗어나는 일을 시키는 업무 관련 괴롭힘, 화장실을 가는 횟수를 제한하거나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을 엄격하게 감시하는 신체적·물리적 괴롭힘,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악의적 소문내기, 카톡방에 초대하지 않기 같은 대인 간의 은밀한 괴롭힘 등 공사의 영역이 따로 없다. 또한 일터 괴롭힘은 정규직, 비정규직, 육체노동, 사무노동 등 일터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차별로 지위가 취약한 여성이나 고용상 불안에 시달리고 저평가되는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할 위험성이 더 크다


일터 괴롭힘이 괴로운 것은 학교는 졸업, 군대는 제대라는 ‘끝’이 있지만 직장인은 힘들고 아파도 생계의 위협과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일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성인으로서 직장인은 무시당하고 배제되는 상황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외부에 말하기도 어렵기에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흔히 일터 괴롭힘에 대해 말을 하면 주변에서는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 거야’라며 참고 견딜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괴롭힘은 참고 견디면서 나아지는 과정이 아니라 최악을 향해 치닫는 과정이다. 대등한 당사자 간의 갈등이 아니라 권력 불균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이며, 누군가가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공격, 모욕, 차별, 경멸을 통해 배제당하는 일이다. 이는 노동자의 존엄성 및 생존권과 직결된다.


또한 괴롭힘은 ‘성격 더러운’ 상사나 동료 같은 ‘비정상적’인 ‘인성’을 가진 개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괴로움을 호소하던 젊은 검사에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놔두는 조직의 문제”라고 말한 그 친구의 이야기처럼, 일터 괴롭힘은 암묵적 조직 문화나 경영전략으로 채택된다. 무리한 교대 근무제, 폭군적 제왕적 리더십, 비정규직 계약직 등의 위계화, 무례와 모욕이 없으면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여기는 문화 속에서, 반사회적이고 일탈적 행위인 괴롭힘은 경영과 관리의 도구로 활용된다. 저성과자 역량강화 프로그램 명목으로 업무와 무관한 사회봉사를 시키거나 컴퓨터도 책상도 없는 곳으로 발령을 내거나 하루 종일 반성문을 쓰게 하는 ‘괴롭힘’을 통해 노동자가 해고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의 ‘관행’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괴롭힘은 ‘비난받고 불신당하고 고립되어가는 과정’이다. 피해자는 분노와 무력감 속에서 황폐해져간다. 괴롭힘의 끝은 ‘누군가를 노동하는 삶에서 배제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짓밟힌’ 고통은 일터에서 방출된 이후도 끝나지 않는다. 이 과정 속에서 목격자 혹은 동조자들 또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일터 괴롭힘을 ‘말하고, 듣자’고 제안한다. 타인을 괴롭히는 태도와 행동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이유는, 사회 또는 조직 속에서 ‘그래도 된다’는 신호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행동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 하세요’, ‘정도가 지나칩니다’ 등으로 가해자의 괴롭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지지일 뿐만 아니라,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글쓴이. 이선민 (전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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