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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인터뷰]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를 찾아가다 ②
2017.01.25 | 게시자 금천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283

성희롱 문제, 다시 ‘성차별’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금천직장맘  고용평등상담실(이하 ‘고평실’)은 어떻게 운영하시게 되었나요?


 이영희  사실 단체 규모가 작고 재정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고용노동부의 지원금 때문에 하게 된 면이 있어요. 하지만 여성노동자 상담을 지원해 준다는 취지로 볼 때, 아주 좋은 제도죠. 단지 지원금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들을 실제로 만나는 창구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상담에서 모든 게 시작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법률 지원으로도 연결되니까요.


 금천직장맘  상담은 한 달에 평균 몇 건 정도인가요?


 이영희  100건 내외예요. 상근자가 상담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보통 일이 아니죠. 고용노동부의 지원금은 약 2,000만 원 정도 되는데, 상담자 한 사람 인건비로만 쓰기도 벅차죠. 업무의 양과 내용을 생각할 때면 좀 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천직장맘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상담 내용은 어떤 분야인가요?


 이영희  성희롱입니다. 전체 상담 중 50% 정도이고, 나머지는 임금체불이나 해고, 실업급여, 휴가 사용 문제 등 일반적인 노동 상담인데요. 최근에는 성희롱이라고 보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상담이 점점 늘고 있어요.


 금천직장맘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사회에서도 여성 혼자서 참거나 감추어 왔던 부당한 일들을 공적으로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아졌고요. 성희롱 상담을 하시면서 만나는 여성들에게서도 그런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이영희  그럼요. 이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아주 긍정적인 변화죠. 그리고 회사들도 상당히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희롱이 뭔지,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되는지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됐죠. 문제는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건데…(웃음) 그래도 예전 같으면 무시해 버릴 만한 문제도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생겨서, 회사 측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옵니다. 젊은 여성들이 이걸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제기하니까 같이 변하는 거겠죠.

그런데 한편으로 보자면 여성들이 권리의식을 갖는 것은 좋은데, 주체적이지 않은 경향도 보여요. ‘이런 건 성희롱이고 이러이러한 점이 문제다’라고 하면 ‘아, 그러면 내 주장이 정당하구나’ 여기고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거나 뭔가 액션을 취하겠다거나 그래야 하는데, 간혹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거 어디다 신고하면 돼요?” 하고 묻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신고만 하면 끝나는 것처럼. 신고해서 결과적으로 뭘 원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제대로 못해요. 사과를 받고 싶다거나 손해 배상을 원한다거나 하는 자신의 생각이 없는 거죠. 심지어 상담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고 알려주면 귀찮아하기도 해요. “그걸 내가 다 해야 돼요?” 아니, 그럼 누가 해주죠?(웃음) 그런 분들한테는 ‘사과라든가 손해 배상 같은 요구는 법을 지렛대로 해서 당사자가 의지를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지, 법이 대신해 주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법은 그저 판단해 줄 뿐이에요.


 금천직장맘  한편으로는 ‘법’을 통해서만 성희롱과 같은 문제를 보려는 태도인 건데, 왜 이런 경향이 생겼다고 보세요?


 이영희  법을 통하지 않고는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이 첫 번째 이유이겠죠. 이건 서서히 변화해가야 할 것이고요. 그 다음으로 저는 성희롱 문제가 성차별 문제와 괴리된 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성희롱은 당연히 성차별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데, 그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 같은 것을 할 때 이런 연관성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았거든요. 이를테면 여자한테만 커피를 타게 하는 게 성차별인가요, 성희롱인가요? 물론 그건 성차별이지, 성희롱은 아니죠. 하지만 그러한 문화에 성희롱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같은 경우는 성희롱을 성차별의 한 종류로 규정하거든요. 그런데 고평법은 병렬적으로, 별개의 조항으로 다루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성희롱이 발생하는 문화적 토대가 무엇이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성희롱’의 ‘성’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식으로만 접근하게 됩니다. 내담자들도 다른 유형의 성차별이나 괴롭힘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기 어려우니까, 무조건 불편하다고 느끼는 모든 문제를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규정해야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상담할 때 ‘이건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얘기하면 심지어 화를 내요. 왜 아니냐고. 시간이 지날수록 성차별, 성평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금천직장맘  그렇게 바꿔 나가려는 활동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영희  올해는 청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같은 집중 교육을 기획해 볼 생각입니다. 대중적인 교육을 하되 1회성에 그치지 않는 방식으로요. 노동법 및 노동 현장에서의 섹슈얼리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아까 말씀드린 ‘법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부분도 꼭 넣으려고요.(웃음)

고평실을 운영하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고평법 개정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2012년도 대선 무렵에 고평법 개정안에 대한 연구와 토론회가 한 차례 있었고, 2014년에는 현재 금천직장맘지원센터장으로 계시는 민대숙 노무사님도 참여하셨던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실태조사 및 예방 강화 방안 연구’라는 고용노동부의 연구 사업이 있었어요. 핵심적인 내용은 앞으로 성차별 문제에서 법률적인 진전을 보려면 구제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고, 그 구제 역할을 노동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사실 노동위원회는 노동자에 대한 부당처분을 강력히 규제하는 준사법기관입니다. 부당 해고, 부당노동행위, 비정규직 차별 시정 등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죠. 여기서 고용평등 문제, 즉 성과 관련된 차별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에는 ‘균등고용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ttee)’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차별을 당한 피해자가 이 위원회에 가서 얘길 하면, 위원회 측에서 조사를 시작해요. 조사 결과 피해자의 얘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피해자를 대리해서 소송을 제기하죠. 우리 노동위원회는 검토하고 판단해서 결정하는 기관인데, 이 위원회는 초기 단계의 상담부터 소송까지 지원하는 거예요. 인권위원회와 노동위원회와 민간단체를 섞은 형태라고 할까요. 이런 기관이 지역마다 있다면 획기적으로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을까요? 올해부터 잘 준비해서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왜 ‘직장괴롭힘’ 문제가 중요한가


 금천직장맘  성희롱 외에 괴롭힘에 대한 상담이 늘어난다고 하셨는데, 어떤 경우들인가요?


 이영희  앞서 말씀드린 사례들처럼 시작은 임금이라든가 휴가, 승진 등의 노동 문제나 조직 내의 다양한 문제들인데, 그것을 문제제기하는 순간부터 괴롭힘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임신했다고 회사에 얘기하자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주기는 싫고 그냥 해고할 수 없으니 교묘하게 괴롭혀서 그만두게 하려는 거죠.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반대로, 사직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일을 그만두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면서 괴롭힌다는 상담을 해오기도 해요. 사실 소송비용을 생각하면 회사 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무서운 거죠.

폭언, 위협, 모욕, 왕따 같은 양태들이 성희롱과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성희롱은 규제되지만 그 외의 것들 중 특히 언어적인 행위는 규제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요. 구제가 거의 안 됩니다. 그 많은 괴롭힘 행위 중 성희롱만이 문제제기할 여건이 되는 것이죠.


 금천직장맘  최근 들어 ‘직장 괴롭힘’ 문제는 언론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한 문제인 듯합니다. ‘갑질’이라는 문제와 연결해서 논의되기도 하고요.


 이영희  그렇죠. ‘직장 괴롭힘’의 문제는 여성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넓혀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간접고용, 서비스업에 여성이 많으니, 여성들이 그런 문제들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최근에 보도되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말미암은 자살이나 산재 사건 등을 보면 여성/남성의 구도가 아니라 ‘권력’이 ‘조직’에서 작동하는 방식의 문제거든요. 저희 센터가 원하는 성평등 사회에서 ‘여성’노동자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타자로서의 여성'입니다. 우리가 센터 이름에 ‘여성노동’이라는 단어를 걸고 있지만 직장 괴롭힘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센터에서 격월로 ‘직장괴롭힘 포럼’을 개최하면서 회원들이 함께 공부도 하고 관련된 분들도 열심히 초대하고 있는데요. 이 주제로 포럼을 해보자고 제안한 시점쯤 ‘우리가 여성노동에 관련된 일을 하는 단체인데, 왜 괴롭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괴롭힘에 대한 상담을 매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 문제가 여성노동자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체감했고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금천직장맘  포럼을 비롯해서 ‘직장괴롭힘’ 관련한 향후 활동 계획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영희  우선 포럼을 현재와 같이 두 달에 한 번 개최할 예정이고, 이 포럼을 기본 플랫폼으로 삼아서 다른 단체들과 함께 괴롭힘에 대한 구제, 치유, 연구 등의 활동으로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금천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 여성노동정책의 발언자가 되어 주길


 금천직장맘  모법인으로서 여노센터가 금천직장맘지원센터에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이영희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가 원래 해야 하는 역할, 즉 노동 상담 및 지원뿐만 아니라 일・가정 양립 등 제도와 문화를 확산하는 데는 역할을 잘 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거기서 한 발 나아가 서울시 여성노동정책에 대해 중요한 발언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와 여성 노동자가 직접 만나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니까요.

지금 ‘여성노동’은 제 자리가 없거든요. ‘여성’과 ‘노동’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있다고 할까요. 여성 쪽은 노동 분야에 약하고, 노동 쪽은 여성 관련 사안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요. 여성노동 문제는 아주 핵심적인 노동의 현안들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죠. 서울시의 조직 구조를 봐도 그런 면이 있다고 보는데, 금천직장맘지원센터가 민관 협력의 한 모델로서 좋은 역할을 해내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센터를 그냥 위탁 운영 단체로만 보지 말고 의견들을 귀 기울여 들어서 여성노동정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이영희 사무국장에게 평소 여노센터의 워크숍이나 포럼에 참석하면서 받았던 느낌을 이야기하며 물어보았습니다. 여노센터는 전문가 단체치고 회원들이 정말 열심히 참여하는데다 그런 만남을 굉장히 즐거워하던데, 센터가 갖는 ‘매력’이 어디에 있는 것 같으냐고요. 은근히 자랑스러운 표정을 내비치던 이영희 노무사가 답했습니다.

“노무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여성들은 대체로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과 ‘노동’의 접합점이 우리 삶과 사회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이미 갖고 있다고 할까요. 노동 전문가로서 공익 활동에 관심이 높은 데다, 우리 센터는 뭘 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없으니 부담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거겠죠. 사실 노무사들은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료들을 만나는 자리에 대한 갈급함도 있을 거예요. 만나서 얼굴도 보고 의미 있는 일도 같이 하고… 설립한 지 16년이 넘었으니 우리 센터에 대한 신뢰도 쌓이지 않았을까요?(웃음)”


질문&정리: 조지혜(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 기획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