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성평등 우수사례 ‘영화’편
회사와 맞짱 뜨는 용감한 여성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침 7시 5분.
한 여성이 머리를 질끈 묶고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 청소를 시작합니다. 먼지가 쌓인 블라인드를 올리고, 침이 묻은 담배로 가득 찬 재떨이를 비우고, 책상과 바닥을 쓸고 닦습니다. 화분에 물도 줍니다.
이내 또 다른 여성 직원들과 모여 남자 상사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합니다.
“셋 둘 둘, 둘 둘 넷, 하나 하나 하나···.”
직원들은 상사 개개인의 커피, 설탕, 프림 비율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오프닝입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상고를 졸업하고 대기업인 ‘삼진그룹’에서 일하는 입사 8년 차 동기인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어느 날 고졸 사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 내 토익시험 600점 이상 통과 시 대리로 진급된다는 회사의 공지에 사내 토익반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극 초반, 회사 공장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폐수 방류 사고’를 목격한 자영.
동료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90년대의 고졸 출신 여직원들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과거 여성이 겪었던
직장에서의 차별
임신한 여성에 대한 직장에서의 배제는 더욱 심각하게 그려집니다. 극 중 등장하는 총무부 '미스 킴'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면박을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이를 본 유나는 "상고 출신이라고 진급도 못 하고 잔심부름만 하다가 사라지겠지…. 총무부 미스킴이 우리 미래야"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털어놓습니다.
극 중 회계 부서에서 일하는 수학 올림피아드 1위 출신의 보람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유리 벽에 가로막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보람이 주로 하는 일은 가짜 영수증 메꾸기입니다.
부장 : 보람 씨 아마데우스 봤어?
보람 씨를 보면 그 영화가 생각나. 내가 살리에리 같고, 보람 씨는 꼭 모차르트 같아.
보람 : 좋은 거예요?
부장 : 안타까운 거지.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의 수학 천재가 여기서 룸살롱 영수증이나 메꾸고 있으니...
보람 씨 전부터 이 이야기는 꼭 해주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요만큼이다.’ 정해놓은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마. 그러니까 뭐든 본인이 재밌는 거 하고 살아. 오케이?
보람 : 네, 오케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벡델데이2021’의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되었습니다.
벡델데이는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영화 속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균등하게 재현되는가를 가늠하기 위해 만든 ’벡델 테스트‘를 기초로 한국 영상 미디어 속 성평등 현황을 짚어보고 문화적 다양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시작된 행사이며,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주최·주관하고 있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벡델테스트 7로 평가해 볼까요?
지금은 달라졌을까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90년대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그려냈습니다. 안타깝게도 영화에서 묘사되는 성별에 따른 승진 차별은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현실이 바뀌려면 법적, 제도적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인식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성이 어떻게 그려지고, 어떤 캐릭터로 등장하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정관념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미디어가 성평등 사례 소개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되길 바라며 외쳐봅니다.
아이 캔 두잇.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
출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종필 감독, 고아성, 이솜, 박혜수 출연)
https://www.koreafilm.or.kr/museum/theater/module/TI_00000056
[아시아경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차별 시달린 여성들…지금은 행복할까
https://www.asiae.co.kr/article/2020121415002290907
[여성신문] ‘성차별 채용’ 신한카드, 여성 92명 고의로 탈락시켜… 1심서 고작 벌금 500만원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236
[한국경제] 여성 직장인 10명 중 4명 "성별 따른 임금차별 경험 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033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