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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저임금이 여성임금이다. 먹고살 만큼 올려야 한다.
2016.07.22 | 게시자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조회수 10195

지난 7월 16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7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원래 결정해야 하는 날에서 보름을 넘기고 노동자위원이 모두 퇴장한 후에야 결정된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으로, 작년대비 7.3% 오른 금액이다. 비록 단계적이라는 전제는 있었으나 올해 총선 때 야당은 1만원, 여당인 새누리당도 8-9천원을 언급했던 데에서는 한참 벗어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들에게 소비할 돈을 주어 경제를 살린다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멀어도 너무 멀다.


여성노조는 2001년 인하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시작했다. 월급봉투에 기본급으로 적혀있는 금액은 그해 최저임금과 숫자가 꼭 같았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임금을 조사하러 대학교, 백화점, 병원의 화장실을 누볐다. 결과는 기가 막혔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았고 40% 정도는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했다.

조사결과를 근거로 토론회를 벌이고 최저임금 미달인 사업주를 만나 시정을 요구했다. 용역회사 사장은 “할머니들이 손주 과자 값이나 벌자고 나오는데 뭘 그러느냐?”는 반응을 보였고, 단체에서 고발하겠다고 하자 “이제부터는 지키겠다”는 소극적인 답을 했다. 꽤 탄탄한 민주노조가 있는 곳에서도 간접고용 상태인 청소노동자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아예 몰랐다며 반성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현실화투쟁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주장에 처음 응답한 사람들은 여성단체들이었다. 강남 한복판에 있던 최저임금위원회를 찾아가 집회를 열고 공익위원들과 면담도 하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용역 임금의 기준인 현실을 알리기 위해 당사자인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손주 과자 값’이 아니라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가계부를 공개했고 최저임금으로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를 전시하며 함께 먹는 퍼포먼스도 했다. 최저임금은 사람이 먹고살 만한 액수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극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갖자고 촉구했다.

지금 여성노조의 조합원들은 오랜 노조활동의 결과로 최저임금보다는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여성임금’이니 ‘최저임금을 올리는 일이 바로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일’이라는 사명감에,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16년째 누구보다 열심히 해오고 있다. 


최저임금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먹고 자고 입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어야 한다. 시급 1만원은 바로 그 최소한의 기준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최저임금 월급인 127만원이다. 정규직까지 다 합쳐 평균을 내도 160만원이며, 이는 남성의 63%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가 27.9%인 현실에서는 더 절실한 문제다. 한 가구가 사는 데 200만원은 있어야 하고, 시급 1만원의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가 주는 유일한 사회보장이자 생존의 임금이기 때문이다.


[칼럼] 최저임금이 여성임금이다. 먹고살 만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최저임금 결정에 여성노동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노측 대표 중에 한 명이 있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정부 위원회에 1/3 정도를 여성 할당으로 두는 관례에 비추어 볼 때는 심각하게 부족한 수준이다. 노동조합에 가입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95%에 이르는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정규직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노측 대표가 참석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권을 갖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최저임금이 기준임금이 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노사가 대립할 때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을 내리는 공익위원을 정부가 임명한다는 사실에서 공정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고 또 보장되어야 한다.


이제 1만원과는 거리가 먼 6,470원의 임금으로 2017년을 맞아야 한다. 사실 기운이 빠진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투쟁과 정부의 결단으로 최저임금을 올려냈던 2000년대의 마음은 아직 우리 안에 있다. 함께 힘을 내서 최저임금을 정상화하는 길에 다시 나설 것이다.


글쓴이: 나지현(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에서는 매월 여성 및 노동 관련 주제를 다룬 칼럼을 홈페이지에 싣습니다. 다양한 시선과 관점, 목소리들을 담을 예정이니 직장맘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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